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취미

미니멀리스트의 집에 집들이를 가봤다 (부제 - 노 플라스틱)

동생: "언니~ 혹시 다음주 일요일에 뭐해?"

친한 동생이 주말에 뭐하냐며 연락을 해왔다.

 

나: "응. 나 별일 없는데?"

동생: "오~ 그럼 일요일 오전에 S언니네 집들이 갈래?"

나: "좋아~!"

 

이렇게 결성된 집들이 원정단.

어떤 게 필요할까 싶어 연락을 했는데 S언니는 미니멀리스트이자 노 플라스틱을 실천하는 분이었다.

나: "언니! 저 미니멀리스트에 엄청 관심 많아요!!"

S언니: "그래요? 휴지나 생활용품은 내가 쓰는게 있으니 사지말고 그냥 우리 같이 먹을 디저트면 될 것 같아요"

나: "넵!!"

 

이렇게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일요일 아침을 기다렸다.

 

 

원목 가구와 몇 액자들로 꾸며진 집안 전경.

예전엔 정말 아무것도 없이 휑한 집을 즐겼는데 결혼 후에 남편과 조율해서 몇 가지 가구들이 들어오게 되었다고 했다.

모델하우스에 나올법한 인테리어가 멋있었다. 이렇게 선반이 비어있어야 집이 멋있는 거구나.

 

 

언니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.

둘다 평화로운 삶을 즐기고 있는지 손님인 나에게도 낯가림 없이 치근덕 대더라.

 

 

부모님이 직접 푹 고아 보내주신 귀한 사골국을 에피타이져로 따뜻하게 시작.

 

 

오늘의 메인 요리는 시래기 건멸치 솥밥과 어...시원한 맛이 일품인 아욱국이었다.

된장 베이스에 시원한 국으로 살짝 쌀쌀한 요즘 아침 기온에 따뜻하게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.

솥밥도 맛있어서 세 그릇이나 비워버렸다.

 

 

다음 코스로 콩나물과 부추를 깔고 소고기를 쪄서 밥과 함께 먹었다.

집에 여러 원목 가구들과 잘 어울리는 고즈넉한 메뉴들이었다.

플라스틱 받침을 사용하는 대신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나무 받침들을 사용하는데 뜨거운 것을 올리니 붙었다 떨어지는 것 같지만 타거나 자국이 남진 않더라.

 

 

후식으로 커피 대신 잎차를 우려 내어주셨는데 이 것도 담백 삼삼하니 맛있어서 대화하며 마시다보니 쭉쭉 들어갔다.

 

 

아침에 예약해서 픽업한 곤트란쉐리에의 무화과 생크림 케이크와 차, 그리고 동생이 제주도 갔다가 사온 황금향까지 완벽한 마무리였다. 케익은 좀 남길줄 알았는데 달지만 안 달고 담백하면서 무화과가 큼직하게 들어있어서 세 명이서 호로록 다 먹어버렸다.

이렇게 많이 먹었는데 또 소화가 잘 되었던 편안했던 집들이.

 

언니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한 번에 다 비우고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그런것이었다.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비누만 달랑 놓여있는 욕조에 놀랍기도 했지만 그 깨끗함이 해방감을 주기도 하더라.

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헛되이 버려지는 것 없이 다 쓰고 닳아서 비우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건 어쩌면 완전한 비움엔 도달하지 못 할수도 있다고 했다.

나도 그렇게 생각한다.

근데 다시 생각해봐도 내가 추구하는건 비우는 것 보다는 잘 관리된 것 인가보다. 꾸준히 쓰고 필요없는건 사지 않다보면 간소하고 관리되는 삶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