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화 '리틀 포레스트'를 좋아해서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일을 할 때에는 종종 bgm처럼 틀어놓고 일을 합니다.
김태리 배우의 또랑또랑하면서 차분한 목소리와 음식 만드는 소리가 ASMR 과도 같은 효과를 주더라고요.
영화를 보다보면 이런 저런 요리가 나오는데 그 중 보늬밤이 어떤 맛인지 늘 궁금했거든요. 가끔 주위에서 보늬밤을 만들었다는 얘기 들으면 '나도 한 번 해볼까?' 싶기도 하고요.
몇 번 레시피도 검색해봤는데 그 복잡한 과정에 엄두도 못 내다가 이번에 큰 맘 먹고 도전해봤어요.
요즘 인터넷으로 율피밤을 살 수 있더라고요. 껍질만 안 까도 그게 어디냐 싶어서 율피밤을 사서 시도해봤습니다.
너무 궁금했던 보늬밤의 맛은 결론부터 말하면 고급스러운 '맛밤' 맛이었답니다. 조금은 허탈했지만 만들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맛이니 시도해보길 잘 한 것 같아요.
보늬밤조림 준비물
밤 500g
설탕 250g
식소다 (식용 베이킹소다) 0.5큰술
진간장 1큰술
레드와인 30g
이왕 주문하는거 "특"으로 주문했더니 밤이 커서 500g인데 개수가 몇 개 안 되더라고요. 조금 아쉬웠지만 일단 해보고 맛있으면 더 만들기로 했어요.
1. 밤이 물에 잠길 정도로 붓고 식용 베이킹소다 0.5큰술을 넣고 섞어준 뒤 10시간 넘게 밤을 담가 놓습니다.
2. 1의 물과 밤을 그대로 냄비에 붓고 삶아줍니다. 처음엔 중불로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서 20분 더 삶아줍니다. 중간에 거품이 올라오는데 숟가락으로 걷어내 주었어요. 약불로 끓여야 밤이 부서지지 않는다고 해요.
3. 물을 따라내고 미지근한 물에 헹궈줍니다.
4. 다시 충분히 물을 넣고 과정 2,3번을 두 번 반복합니다. 속껍질을 부드럽게 해주고 껍질의 떫은 맛을 없애주기 위해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해요.
5. 미지근한 물에 헹궈준 밤을 꺼내서 밤에 붙은 심지와 털들을 제거해줍니다. 밤이 부드러워서 겉에를 살살 문지르면 대부분 잘 떠어지더라고요. 주름 사이사이 굵은 심지는 이쑤시개를 이용해서 떼어냈어요. 겉 껍질이 터질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해요.
저는 밤이 몇 개 안 됐는데도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걸려서 남편을 동원했는데도 한 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아요. 목도 뻐근하고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어요. 밤 껍질이 깨져서 밤이 부서지면 국물이 탁해진다고 하네요.
6. 밤 무게의 반만큼의 설탕을 넣고 물을 밤이 잠기도록 부은 후 중불에서 끓이기 시작합니다. 설탕이 잘 녹도록 중간중간 바닥까지 잘 저어주다가 끓기 시작하면 진간장 1큰술과 레드와인 30g을 넣어줍니다. 팔팔 끓으면 중약불로 줄인 후 30분 정도 더 졸여주면 완성입니다.
저는 물을 좀 많이 부었는지 국물이 자작하게 남아서 졸인 물을 밤과 함께 그릇에 담아주었어요.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면 맛이 더 깊어진다고 하더라고요. 제가 먹어본 바로는 처음 졸였을 때는 설탕의 단맛과 밤 본연의 맛이 둘 다 살아있어서 따뜻하면서 적당히 담백 고소하고요 시간이 지나면 더 깊이 간이 베어서 시원하면서 깊은 단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.
마침 선물로 들어온 곶감 크림치즈 호두말이가 들어와서 와인에 곁들여 먹어봤습니다. 껍질이 연하긴 한데 쫄깃한 느낌은 살아있네요.
제 친구 어머니가 요리 연구가신데 친구네는 집에서 먹는 간식을 모두 직접 만들어먹는다고 해요. 제가 이거 만든다고 자꾸 물어봤더니 왜 식소다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그냥 깐 밤으로 만들면 된다고 하길래 깐 밤으로도 다시 도전해봤어요.
밤조림 준비물
밤 1kg
설탕 500g
진간장 2큰술
시나몬가루 약간
1. 밤이 잠길 정도로 충분히 물을 붓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여서 10분정도 끓여줍니다. 다 끓이고도 물이 남도록 넉넉히 물을 부어주었어요.
2. 설탕과 간장, 시나몬 가루를 넣고 20분정도 중약불로 끓여줍니다.
율피밤 산 곳에서 껍질 깐 밤을 과감하게 1kg 주문했어요. 물로 한 번 씻고 그대로 사용했습니다. 과정이 훨씬 간단하죠? 이번에는 시나몬 가루를 추가해봤어요. 과정이 짧으니 부서지는 밤이 거의 없어서 깔끔하게 완성되었어요.
시나몬 가루를 넣어주니 향긋한 향이 입혀져서 더 맛있었어요. 제 개인적으로는 율피밤조림보다 깐밤조림이 여러모로 훨씬 좋았습니다.
겨울철에는 오랜시간 끓이는 음식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.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렇게 조리해서 먹는것도 재밌네요.
밤조림 만들어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든든하고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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